미국 방문 연구하는 연구실의 지도 교수님이 내가 미국에 오기 직전에 부교수로 승진하셨다.
승진 축하 talk 영상이 있어서 보게 되었다.
우선 부교수 승진영상을 학과 및 공과대학 유투브에 공식적으로 올려준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영상말고 다른 technical 발표를 보려고 유투브 검색하다가 찾게 된 건데, 우연찮게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을 보고 나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 부분이, 교수님 본인은 학계로 진학할 생각이 없었지만 학부 시절 수업 어느 교수님이 본인을 콕 집어서 연구 하라고 말씀하셔서 그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이 talk 자체가 본인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에 대한 발표였기 때문에 이런 내용으로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저것만으로 연구를 시작하기란 연구라는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신기했다.
이후에 나는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나의 어떤 직감들이 나의 선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로가 전개되어오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많이 생각하는 학부시절 교수님들은 3 분이 계신다.
첫번째로 ㅇㅂㅈ 교수님은 수업이 너무 깔끔하고 재미있어서 기억이 많이 남았다. 당시에는 이렇게 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만 담고있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하나의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이건 지금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꽤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수업 하다가 갑자기 칠판 앞으로 부르셔서 유체 속도 분포를 그려보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일단 나는 제대로 그려냈다.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 이러면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는 겁니다"
라고 대뜸 말씀하셨다. 그래서 아마 그때쯤이지 않을까 싶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 것이? 돌이켜보면 정말 쉬운 문제였지만, 대학원을 생각해오지 않던 나의 마음에 상당한 바람이 불어왔을 것이다. 기억 조작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도 알 수 없지! 어떤 문제였는 지까지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아마 크게 조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는 물리학과의 ㅇㅎㅇ 교수님이시다. 학부생 URP 를 시작하면서 논문 작성에 대해서 강연을 해주셨을 때 알게되었다. 강연이 무슨 2-3 시간은 straight 로 하지 의문이 들고 초반에 졸기도 했다. 하지만 논문을 작성하는 그 설명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논문이 뭔지 알게되고 어떻게 발행되고 어떻게 작성해야하는 지 알게된 순간이다. 그 전 까지는 거의 논문을 읽어본 적이 없고, 교과서만 [대충] 봐 왔었다. 그래서 딱 그래프를 멋지게 그려내고 그걸 글로 일목요연하게 그려내는 과정을 설명하실 때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오 이거 재밌겠다"
2017년 2월, 겨울이었다. .... 많은 "힘든" 것이 생략된 논문 작성 및 연구 방법론에 대한 강연이다. 물론 당신께는 정말 쉽겠지만... ㅎㅎ 저런 생각이 들게된 구체적인 이유는 사실 둘 중 하나다. 논문을 쓰는 방법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걸 설명하는 교수님의 그 표정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논문이라는 걸 작성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이렇게 즐거워할 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근데 내가 이 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것은. 아마도 나도 그런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담: 소속 학생들은 그렇게 행복해보이지는 않았다, 유난히....
마지막은 ㅇㅇㅂ 교수님이시다. 학부 URP를 하면서 그리고 나의 학부 졸업 연구를 진행한 연구실이다. 교수님은 나를 엄청 좋게 봐주셨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밥도 많이 사주셨던거 같다. 연구 하면서도 용돈이라며 학부 연구생 월급도 따로 챙겨주셨다. 덕분에 학부시절 용돈 걱정이 많이 줄었다. 외에 지금 어쩌면 가장 가까운 결정에 많이 영향을 주셨다. 교환 연구할 곳을 찾는 과정 중에 첫번째로 지원해볼 학교 list 에 여러 유수의 학교들이 많이 넣었는데, 거기에 Purdue 를 랭킹도 확인해보지 않고 넣은 이유가 바로 교수님 덕분이다. 왜냐면 교수님께서 퍼듀에서 학위를 하셨기 때문이다. 막연히 교수님 나오신 학교라면 좋을거 같고, 추가로 P로 시작하기 때문도 있다. ㅋㅋㅋ... Yes, we are P family. POSTECH and PURDUE! (내맘대로 가족 만들었음. 근데 학교 분위기 진짜 비슷함) 지금은 은퇴하신 것으로 알지만,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스스로 선생님 복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렇게 만들어 내는 내몫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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